시아레터가 도착했습니다. vol. 28 종합 출판사 시공사의 예술, 교양 분야 도서를 발간하는 시공아트의 뉴스레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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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의 모든 것』
간결한 글에는 울림이 있다. 그리고 그런 글이 그림과 어우러지면 더 큰 힘이 생긴다. 글과 그림은 각자의 몫을 하는 한편, 서로에게 힘을 실어 주고, 간결함이 주는 여백은 독자가 참여하는 공간이 된다. 어린이든 어른이든 마음껏 만져 보고 느끼고 해석하고 즐길 수 있는 예술 작품이 바로 그림책이다.
『그림책의 모든 것』에서 다루는 그림책의 역사와 주제도 재미있었지만, 기법(특히 자동석판인쇄법과 각종 판화법) 부분은 흥미로웠다. 지금이야 컴퓨터의 도움을 많이 받지만, 2차 대전 후 물자 부족으로 모든 것을 절약해야 했던 시절, 그림 작가들이 색 분해를 해서 직접 판에 그림을 그리게 해 인쇄 비용을 절감했다는 이야기를 보며 다시 해당 그림을 보면 거칠면서도 힘이 느껴진다. (컴퓨터로 그린 그림은 지나치게 매끄러운 경향이 있다.) 글과 그림이 서로 반대로 나가면서 내용을 한층 풍부하게 해 주는 대위법과 이중주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읽으며 해당 그림책들을 다시 펼칠 때면 지적 즐거움이 차오른다.
책이란, 아는 내용과 모르는 내용이 섞여 있을 때 훨씬 재미있다. 전혀 내용을 모르는 책을 읽으면 갑갑하지만, 그럭저럭 아는 내용이 좀 있으면 이쯤은 나도 안다는 허영심도, 모르는 부분에 대한 호기심이나 탐구심도 만족시키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림책 쪽은 이야기가 다르다. 일단 글이 짧고 (심지어 글이 아예 없는 것도 있다) 그림이 즐거우니 (물론 말랑말랑하지 않은 책들도 많다) 진입 장벽이 거의 없다고나 할까? 그러니 이 책에 나오는 작가나 그림책들을 모른다 해도, 서점이나 도서관에 가 보거나 유튜브로 찾아보면 내 눈과 머리를 만족시키는 즐거움이 뭉게뭉게 일 것이다.
섬 출신의 작가로 하늘과 바다와 섬의 식물을 화려한 색감으로 묘사하는 아후벨이 개정-증보판에서 빠진 것은 안타깝지만, 존 클라센과 시드니 스미스의 그림책들을 찾아보면 황홀하다. 간결하고 유머 감각 넘치는 존 클라센의 모자 시리즈 일부가 소개되었는데, 개정-증보판 발간 이후 나온 모양 시리즈와 최근작인 『하늘에서 돌이 쿵!』이 빠져 아쉽다. 시드니 스미스는 『바닷가 탄광마을』에서 부드럽고 따뜻한 빛이 드리워진 지상 풍경과 험악할 정도로 캄캄한 지하 풍경을 대비시킨다. 책을 덮기가 미안할 정도로 삶을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글 없는 그림책(이수지는 자신의 블로그에서 ‘없는’은 부정적 표현이니, 긍정적이면서도 풍부한 의미를 지닌 ‘그림-그림책’이라는 용어를 제안한다)인 이수지의 『선』도 언급되는데, 『선』을 펼쳐 보면, 가장 기본적인 선으로 이야기를 저런 이야기를 만든다는 것은 강한 필력을 가졌고, 그것을 잘 쓸 줄 아는 능력이 있기에 가능하다는 생각이 든다.
초판 출간 때, 편집부에서 정한 『그림책의 모든 것』이란 제목에 감탄했다. 가히 그림책의 거의 모든 것을 아우르는 이 책의 개정-증보판까지 번역하면서, 곁길로 새면서 참 즐거웠다. 나의 하루하루에 작은 기쁨을 더해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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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써 주신 서남희 선생님은
서강대학교에서 역사와 영문학을, 대학원에서 서양사를 공부했습니다. 어린이 책을 쓰고 옮기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쓴 책으로 『아이와 함께 만드는 꼬마영어 그림책』, <그림책과 작가 이야기> 시리즈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그림책의 모든 것』 『100권의 그림책』 『분홍 모자』 『코끼리 탐험대와 지구 한 바퀴』 『세계사 박물관』 『가난한 사람은 왜 생길까요?』 『깜장이와 푸들 친구들』 『혼자 사는 생쥐 줄리앙』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원』 『더벅머리 톰』 『내 모자 어디 갔을까?』 『세모』 『안녕, 봄』 등이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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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아트에서 출간 예정인 『그림책의 모든 것』 개정증보판 기대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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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게 쓰고 싶은 웹툰-웹소설 작가를 위한 가이드
스토리, 꼭 그래야 할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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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연히 쓰고 싶다 열망하는 작가들이 아니라 쓰기 단계에 진입하여 고민 중인 작가들을 위한 책. 그러나 기존 작법서들처럼 공식을 알려 주고, 무조건 이것을 하고 저것을 피하라고 말하지 않는다. 다른 책들에서는 하지 마라 했지만 나는 하고 싶은 캐릭터, 구조, 장르, 연재 방식 등을 어떻게 할 수 있는지 알려 준다. 남들과 다르게 쓰고 싶지만 독자의 마음도 사로잡고 싶은 예비 작가와 초보 작가는 물론 중견 작가까지 고민을 나누고 해법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이야기를 완성시킬 수 있겠다는 위안과 자신감까지 아낌없이 나누는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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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꼭 그래야 할까?』의 두 저자를 처음 본 순간 알았다. 이 책이 얼마나 충실한 내용을 담아 낼 것인지. 실제로 우리는 약속된 시간표를 성실히 이행해 나가며 원고를 쓰고, 초고를 검토하고, 내용을 보완하고, 마침내 처음 예상한 시기에 책이 나왔다. 여기 스리슬쩍 편집자를 끼워 넣었지만 저자의 공이 구 할 이상이다. 편집자에게 남은 고민은 저자를 직접 만날 수 없는 독자들에게 이들을 어떻게 소개할지였다.
책에서는 고양이와 여우의 모습인, 귀여운 얼굴과 다양한 표정의 캐릭터지만 어마어마한 내공의 소유자들이다. 책에 담긴 25명의 현직 작가들의 추천사가 그 증빙이다. 닮은 듯하지만 다른 점도 많은 두 저자의 캐릭터 소개에 주목하면 책이 더욱 재미있다. (좁힐 수 없는 의견 차이에는 별도의 장치를 두어 다른 목소리를 실었다.) 한편으로는 이 책이 말하는 바처럼 스토리의 세계에 정답은 없기 때문이다. 꼭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된다, 말해 주는 책. ‘~의 정석’, ‘~마스터-플랜’, ‘~따라 하기’에 흠뻑 절여져 있던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해 준 책.
- 에디터 honeypi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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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 일기
마음을 쓰다
주말이나 휴일에 이런저런 배움을 갖는 모임이 요즘도 꽤 활발하다고 들었다. 여러 인문학 독서 모임에 다니던 친구 소식도 몇 년 전이었으니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지 오래인 듯하다. 나 역시 오래전 호기심에 캘리그래피 수업을 등록했다가 일이 바빠 몇 번 참석 못 한 기억이 있다. 지난 달 무언가 해 보지 않은 것을 시도하자는 결심으로 오랜만에 검색을 했다. 맨 먼저 뜬 팝업창이 4주짜리 창작 입문 주말반 소개였다. 왜인지 눈여겨보다가 회원 가입을 하고 결제까지 마친 나 자신이 신기했다. 버킷리스트에나 있을 법한 창작이란 말에 끌렸을까. 코로나 여파로 엄두 내지 못한 대면 활동이 내심 그리웠던 것도 같다. 그렇게 우연히 시작한 몇 주간의 오프라인 수업으로 나만의 짧은 글이 탄생했다. 살면서 이러저런 작문 기회가 있었지만 이야기를 완성한 것은 처음이었다. 다른 참석자들과 의견을 나누고 격려하는 경험도 즐거웠다. 무언가 쓴다는 이 만만치 않은 활동에 대해 새롭게 생각하는 계기도 되었다.
글쓰기가 가진 치유적 효과는 여러 연구에서 검증되었다고 한다. “고통스러운 감정은 우리가 그것을 명확하고 확실하게 묘사하는 바로 그 순간 고통이기를 멈춘다.” 최근 읽은 책에 인용된 스피노자의 말이다. 몇 줄의 기록이 힘이 될 수 있다면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시련의 경험을 나누는 책이 이토록 많은 것을 보면 언젠가 아픔을 한 발짝 멀리서 바라볼 수도 있으리란 뜻일 테다. 정말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소식을 마주한 지금의 나는 그 사실이라도 붙잡아야 할까. 활자가 되어 드러나는 내면에서 어지러움을 본다. 예기치 않은 변화의 노크 소리만으로도 앞선 두려움이 몰려들었다. 의욕적인 결심에도 숱한 좌절로 이어진 일련의 상황을 너무 가까이 겪었던 탓이다. 과거의 한정된 경험을 차치하더라도 어쩔 수 없이 어려운 시간이 될 것이다.
잠시나마 이전의 힘듦까지 보상되듯 감사한 날들이었다. 전적으로 곁에서 아낌없는 도움 주신 고마운 분 덕분이다. 오랜 동행을 간절히 바랐기에 갑작스러운 부재가 예고된 순간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아쉬움이라는 말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끝까지 붙잡고 싶다. 더 할 수 있는 것이 없어 속상하다. 미루고 싶은 슬픔을 감출 수 없지만 먼 길 달려오신 그 수고와 인내는 박수 받아 마땅하다. 주변까지 따스해지는 존재감으로 어디서나 사랑받을 분의 크나큰 행복을 빈다.
-에디터 pe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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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에 대하여 나누고픈 책
『스토리, 꼭 그래야 할까?』
양혜석, 문아름 지음, 시공아트
『꽤 괜찮은 해피 엔딩』
이지선 지음, 문학동네
『아티스트 웨이』
줄리아 카메론 지음, 경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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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정체성은 몇 개인가요?
_ 『누가 선택을 강요하는가?』 저자 인터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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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이나 비엔날레에 가면 떠올려 봐요. 이 중에 여성 작가는 몇이고, 몇 명이나 아이를 낳았는지. 육아와 창작을 함께한다는 건 목에 칼이 들어오는 듯한 힘든 경험이니까요.” 육아와 예술 활동을 병행하는 어느 여성 작가의 말은 이렇게 바꿀 수 있다. ‘육아하면서 회사를 다닌다는 건’, ‘육아하면서 공부를 한다는 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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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성동구 상원1길 22 북스사업본부 예술교양팀 (시공사 출판사) sialetter@sigongs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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