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사의 시간은 유난히 빠르게 흘러요...”
미소와 함께 각인된 그 한 마디는 정말이었다. 주로 동종 업계에서 일해 왔음에도 묘하게 다른 느낌이랄까. 몇 주, 몇 달이 눈 깜짝할 사이 흘러갔음에 번번이 크게 놀라곤 했다. 도서 판권의 “시공간을 넘는 무한한 콘텐츠 세상을 만듭니다.”라는 문구가 왠지 의미심장하게 다가왔을 만큼.
이제 며칠 후면 이곳에서 1년이 된다. 희로애락이 교차하는 이 얼마간의 시간 동안 수많은 소중한 이름을 떠나보내고 또 새로이 맞이했다. 많은 예상이 빗나가고 상상외의 계획이 등장하고 있으며 난생 처음 하는 경험조차 많다. 리셋 직전의 게임처럼 크고 작은 일감에 일순간 파묻히는 신기한 상황도 일상으로 겪는 중이다. (어이쿠!!)
최근까지도 여러 프로젝트가 변수를 만났다. 해외 확인 절차가 유독 오래 지연되거나, 도서 판매 거점인 전시가 갑작스레 무산되거나, 힘들게 끝마친 여러 작업이 이례적인 사유로 연기되는 등 기울여 온 노력이 무색해지는 안타까움이었다. 사실 매 출판사, 매 팀마다 기가 막힌 각종 사연은 숱하게 메아리친다.
그럼에도 이른바 ‘운도 실력(?)’이라거나 ‘다 핑계고 오로지 결과로 말하는 게 사회생활’이라 치부하는 시각이 있다면 거기엔 방어할 말이 그리 없겠다. 신간 소개와 편집 후기를 배치하려던 이번 호에 이렇게 편집자 일기를 다시 적고 있으니. 다만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쏟았음을 떳떳이 고백할 수 있기에 겸허히 결과를 기다릴 뿐이다. 지금 할 수 있는 또 다른 일을 이미 분주히 이어가면서.
‘어떤 상황의 가변적 요인’이라 정의되는 변수(變數)라는 녀석. 예측 범위를 벗어나게 마련인 현실에서 이 친구를 다룰 최선의 무엇이 있다면 좋겠다. 그런 묘안이나 지혜도 인간이 품어볼 수 있는 것이라면.
+) 라고 이 글을 마무리한 몇 시간 후 기적처럼 1건의 해외 승인 연락을 받았다. (🙌만세!!) 약속된 일정은 이미 하릴없이 어긋났으나 적어도 다음 달 신간으로 무사히 만날 수 있음에 그저 감사하련다.
“Life is full of highs and lows. We need them both to grow to our fullest potential.
Just hang on tight & enjoy the ride.” ― Dawn Glusk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