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 37 종합 출판사 시공사의 예술, 교양 분야 도서를 발간하는 시공아트의 뉴스레터입니다.
🌷 따뜻한 봄날을 맞이하여 사랑스러운 그림을 선물해 주셨습니다.
그림: 에이전트 캔들🕯️
THERE IS ALWAYS HOPE
언제나 희망은 있다
아티스트 뱅크시의 그라피티 <소녀와 풍선>입니다. 벽에 적힌 대로 <언제나 희망은 있다>로 불리기도 하는데 이번 호 제목으로 빌렸습니다. 4월의 한복판, 안녕하신가요. 만개한 꽃이 지며 들뜬 새봄맞이도 시들해졌나요? 괜찮습니다. 희망은 어딘가에서 항상 깜빡입니다. 모르는 사이 여러분도 그 작은 빛을 뿜어내는 중이니까요.
"사진이 발명되기 전에는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난 예술가들이나 느낄 수 있었을 이러한 시각적 재창조에서 오는 즐거움과 만족감을 굳이 거창하게 예술이라고 표방할 필요도 없이 생활의 한가운데에서 누구나 쉽게 느낄 수 있게 된 것이 사진이 주는 가장 큰 매력 중의 하나일 것입니다.
사진을 찍는 행위가 우리에게 이러한 즐거움과 행복감을 줄 수 있는 한, 인공 지능을 이용하여 누구나 전문가처럼 촬영할 수 있는 카메라가 우리 손에 주어지더라도 우리는 인류가 백 년 넘게 영위해 왔던 사진을 찍는 즐거움을 계속 느끼기 위해 인공 지능의 스위치를 끄고 우리의 눈으로 카메라의 파인더를 들여다보고 손가락으로 셔터를 누르며 고전적인 방식으로 사진을 촬영할 확률이 높은 것입니다."
시공아트, 김경훈 지음, 331쪽
신 간 소 개
포즈의 정리
자료를 참고하지 않고도 그릴 수 있게 되는
일러스트 기법서의 결정판
“항상 스태프들에게 입이 닳도록 말하는 내용이 실려 있어서
‘반드시 추천해야겠다’라는 것이 맨 처음 떠올린 감상입니다.”
-이노모토 에이지(오렌지 대표/CG애니메이터)
편집 후기
‘책의 운명’이 있다 한다. 같은 글도 누구의 손끝에서 어떤 모습으로 탄생할지 상상 이상으로 다양한 경우의 수이기 때문이다. 하여 한 원고의 ‘담당자’가 되는 것은 꽤나 무거운 책임이다. 그 연으로 책도, 편집자도 이어질 날들이 퍽 달라지기도 한다. 최근 서점에서 순간 멈칫했던 것은 낯익은 제목과 표지가 보였기 때문이다. 수년의 노력에도 마무리 짓지 못한 채 떠나온 그 작업이 대장정을 마쳤나 보다. 비닐에 감싸여 펴지 못하는 육중한 책을 만져 보았다. ‘또 다른 이의 수고로 드디어 끝맺음을 했구나’ 하는 안도감과 궁금함, 그리고 그 사이에 무어라 묘사하기 힘든 기분이 스쳤다.
<포즈의 정리>가 마침내 세상에 나왔다. 한국어판에 대한 출간 권한을 얻게 된 그날이 어렴풋하다. 갓 입사한 때라 앞뒤 상황을 직접 알고 있지는 못했으나 경쟁을 거쳐 얻어낸 기대작에 대한 열의로 고무되었던 장면으로 기억한다. 그 바람처럼 많은 독자님들을 만족시키는 성과가 되기를 고대한다. (오, 감사하게도 이 후기를 쓰는 동안 온라인서점 순위권 안착 소식과 곧바로 재쇄 들어간다는 기쁜 소식을 들었다! 만세!!)
좋은 책을 발굴한 전임자의 안목과 발 빠른 대응으로 결과를 얻어낸 해외콘텐츠기획팀의 수고로 시작되어 탁월한 번역자의 성실, 언어와 시각 요소 모두에 깊은 이해를 갖춘 출중한 디자이너의 손길, 감수자로 이름을 넣고 싶었을 만큼 적극적 조력을 아끼지 않은 동료분들까지 함께해 주셨다. 덕분에 이 작업이 무사히 완성될 수 있었다. 진심 어린 큰 감사를 이 부족한 글에 담아둔다.
지난 주 왜인지 ‘이 공간, 이 시간에 함께하려고 태어났다’고 말하는 노랫말 몇 줄(I was born, I was born to be with you In this space and time. U2 <Magnificent>)이 떠올라 책의 운명을 생각했다. 겹겹이 둘러싼 난관을 뚫고 4월에 찾아온 <포즈의 정리>입니다. 여러분을 만나려고 지금 여기 이렇게 탄생하였답니다. 독자 여러분, 아낌없이 사랑해 주십시오!
에디터 peace
기 고 글
예술 애호가 '에이전트 온'의 글과 사진으로 만나는 문화 소식😉
무라카미 다카시: 무라카미좀비
부산시립미술관 전시
부산에서 열린 무라카미 다카시의 전시가 1개월 연장한다는 소식을 듣고 다녀왔다.
무라카미 다카시의 전시회는 귀여움, 기괴함, 덧없음을 주제로 구성되었으며 전시회에서는 100종 이상의 작품들을 볼 수 있었다.
- <원전을 보러 가요>
뮤직비디오 형식으로 제작된 이 작품은 귀여운 고양이 탈을 쓴 훈남훈녀 주인공들의 데이트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바로 원전으로(!). 사랑스러운 분위기를 품고 있지만, 원전 피해를 입은 장소들과 제한구역을 비추고 자막으로 흘러나오는 섬뜩한 느낌의 가사는 (‘아냐 우리는 다 죽고 말 거야’) 동화같은 영상미와 대조되는 느낌을 주는데, 이것이 기괴함을 더해 준다.
- <무라카미 다카시 × 루이비통 & NFT ART>
무라카미 다카시는 똑똑한 비즈니스맨으로, 작가의 작품은 럭셔리 브랜드와 국내 유명 연예인과의 컬래버레이션으로도 유명하다. 그의 작품들은 백화점이나 프린트 베이커리 그리고 NFT를 통해서 접할 수 있다. 이러한 브랜딩은 그의 작품은 마치 명품을 고르듯 갖고 싶어지게 만든다. 무라카미 다카시의 작품을 소유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 중의 하나인 내가 살 수 있는 방법도 있다. 아주 작은 공업화된 인형 카이카이 키키 키링을 사는 것. 무려 55000원.
- <미스 코코>
전시를 쭉 구경하다 보면 아이를 데려온 관객에게 ‘여기부터는 성인만 관람하실 수 있다’며 아이를 돌려보내는 구간이 있다. 눈앞에서 돌아서는 아이의 등을 바라보며 비밀스러운 공간에 몰래 들어가는 기분으로 입장했다. 좌측으로 고개를 돌리자마자 이상할 정도로 외설적인 자세를 한 남자와 여자 피규어가 서 있다. 우스꽝스럽고 자극적이다가도 그 옆에 작게 써 있는 무라카미 다카시의 글을 읽는데 웃음이 나온다. 피규어의 몸체와 자신의 몸을 자조적으로 비교하는 글은 외설스러운 전시를 관람하는 관람객들에게 우리만의 야한 농담을 이야기하는 듯하다.
귀여움 그리고 기괴함 구간을 돌고 나서 이제 '덧없음' 구간으로 들어선다.
* 아래 무서운 좀비 사진이 있습니다. 미리 알려드립니다.
- <무라카미 좀비와 폼 좀비>
그가 무용하다고 명명한 작품들, 그와 그의 강아지를 실제 크기만 한 피규어로 내장이 다 나와 있는 그 작품은 오히려 너무 정성 들여 만든 티가 나 덧없지 않지 않은 거 아냐? 의문이 든다. 의미 없다는 거 결국 의미가 있다는 거 아닌가. 좀비가 되면, 죽음이 다가오면, 그리고 원전이 터지면 결국엔 덧없다는 그의 메시지는 아무리 생각해도 덧없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 메시지를 담기 위해 그는 귀엽고 기괴하고 재미를 주는 작품들을 열심히 만들었다. 무용하다고 말하는 만큼 사실은 의미 있다는 것으로 들린다. 오히려 이중부정으로 강조된다는 느낌을 받았다.
귀여운 거 의미 없어
무서운 거 의미 없고
살아가는 게 의미 없다네.
말하는 메시지는 그의 작품을 관람하는 이들에겐 찰나의 순간이라도 의미가 있기에 그중 한 사람이었던 나는 재밌게 전시를 보고 나섰다.
에이전트 온
편집자 일기
가장 다정한 우주에서 살아남으시길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 영화에 푹 빠져 있습니다. 광활한 사막에 돌 두 개가 나오는 장면을 보자마자 마음을 다 뺏겨 버렸어요. 영화가 말하는 삶의 방식은 어느 상황에서도 '다정함'을 택해야 한다는 것이에요. 착하고 순진해서가 아니라 그 방법만이 무한한 우주에서 항상 승리하는 방법이고, 허무를 이기는 유일한 힘이기 때문이죠. 다정이 부질없는 결말을 바꾸지는 못하더라도 살아있는 서로를 더없이 위로할 수 있답니다. 영화 리뷰의 한 댓글처럼, 여러분도 '그 많은 우주 중, 가장 다정한 우주에서 살아남으시길' 바랍니다.
에디터 윤슬
🌷🌷🌷 봄 단장하던 아침의 튤립입니다. 🌷🌷🌷
😃 소중한 장면 나누어 주신 저자님, 감사합니다. 😃
다음호에서 또 만나요!
서울시 성동구 상원1길 22 (주)시공사 북스개발본부 예술교양팀 sialetter@sigongsa.com 수신거부Unsubscri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