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비싼 그림들』을 읽는 복수(複數)의 방식들
“미국의 큰 제약회사의 상속자인 바바라 파아스카 존슨이 구매한 이 그림은 만테냐의 작품 중에서 개인이 소장하고 있는 유일한 것이다.”(책 14페이지) “이 작품은 라스베이거스의 유명 인사 스티브 윈이 뉴욕의 아쿠아벨라 갤러리에서 구입했다.”(책 202페이지) “예상가 7천만 달러(한화 약 795억 원)였던 이 작품은 첼시 구단주인 러시아의 로만 아브라모비치와 대만의 전자부품 업체 야고의 회장 피에르 첸 사이에서 마지막까지 치열한 경쟁을 부추기다가, 마침내 러시아인의 품에 안겼다.”(책 206페이지) 이렇듯, 이 책이 소개하는 이야기들에서 재벌, 자산 상속자, 익명의 수집가, 경매회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막대하다. 하지만 이들 구매자들의 시각과 정신적 가치로서 예술을 보는 인식 사이에는 생각보다 큰 간극이 존재한다. 수집가의 달아오른 욕망은 예술품의 거래가를 치솟게 하지만, 단번에 가치 상승까지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을 이렇게 읽는 것은 삐딱한 읽기일 순 있지만 오독은 아니다. 이를 인식한 듯, 책의 서문은 다소 ‘일러두기’ 형식을 띤다. “각 시대는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들은 저마다 달랐지만, 주요 컬렉션들은 유행을 따르지 않는다.… 어떤 시대의 것이든 걸작은 언제나 사람들을 열광하게 만드는 법이다.” 하지만 이는 만고불변의 진실이 아니다. 앞에서 인용한, 대만 사업가와의 경합 끝에 결국 한화 약 980억 1천5백만 원에 낙찰되어 러시아인의 품에 안겼던 작품은 프란시스 베이컨의 <삼면화Triptych>로, 영화 <배트맨> 1편에 의하면, 베이컨의 회화 스타일에 제대로 저격당한 당사자는 배트맨이 아니라 조커였다! 조커가 고담시 미술관의 큐레이터나 관장이었다면, 베이컨의 작품 옆에 걸렸던 렘브란트나 페르메이르, 드가 작품은 아마도 컬렉션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이 책의 페이지들에 다가서는 경로는 단수가 아닐 것 같다. 교양 차원의 호기심, 곧 ‘참 재미난 세상이군!’일 수도 있을 테고, 가깝거나 먼 미래에 컬렉터가 되리라는 기대감일 수도 있고, 때론 ‘이런 것에 그만한 액수의 돈을 쏟아붓다니’일 수도 있을 것이다. 참고로 226페이지에 대한 나의 읽기는 “데미언 허스트의 <황금 송아지>를 215억 원을 주고 사는 일은 내 인생에서 절대 일어나지 않을 거야”다. 글쓴이 심상용 미술사학, 미술 비평가이자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의 교수다.『예술, 상처를 말하다』, 『시장미술의 탄생』, 『현대미술의 욕망과 상실』, 『명화로 보는 인류의 역사』 등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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