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ialetter_20_04_vol. 02
시공아트의 두 번째 레터가 도착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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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쩍 눈길을 주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아지는 사진과 카피들 이제 책은 그저 읽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지를 만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디자인이 중요한 몫을 차지하게 된 이유도 있고, 그림책이나 사진집이 그만큼 많아지기도 한 탓이다. ‘일상을 깨우는 바로 그 순간의 기록들’이란 부제가 붙어 있는 『우리 삶이 춤이 된다면』은 사진집이다. 야구선수 출신 사진작가 조던 매터는 아내와 두 아이를 포함한 가족 이야기를 제법 덧붙여 놓았지만, 나는 그 글은 거의 읽지 않고 건너뛰어 버렸다. 기발하기 짝이 없는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롭기 때문이다. 책의 영어 제목은 ‘Dancers Among Us'다. 제목으로 알 수 있듯이 전문적인 무용수들을 모델로 찍되, 그들의 공연 실황이나 연습 장면이 아니라 우리의 평범한 일상을 배경으로 찍었다. 사실 어울리지 않는 조합일 것 같다. 일상은 조작되지 않은 현실이요, 그와 반대로 사진을 찍는 무용수들의 자세나 동작은 잘 계산되었거나 수많은 연속 촬영 끝에 한 장 골라낸 것 아닌가. 그런데 그 결과물이 매혹적으로 다가온다. 몸치인 내가 흉내를 낼 수도 없고, 일상의 삶을 사는 동안 주변에서 볼 수 없는 상황들을 고도로 훈련된 댄서들이 연출하기 때문이다. 교회, 공사장, 도서관, 카페 등 의외의 장소에서 춤추는 환상, 사랑의 감정에 어울리는 역동적 포즈, 산과 숲, 바다에서의 아슬아슬한 모험, 일하는 동안의 움직임, 심지어 전화를 걸고 책을 읽는 순간까지도 삶 속의 춤처럼 보일 수 있음을 입증한다. 나는 중증의 클래식 음악과 발레 애호가지만 솔직히 예술가들의 인품이 지고지순하다고 믿지 않는 사람이다. 아니, 절대로 안 믿는다. 그냥 미의식이 특별히 발달한 사람들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들의 작품에 감동을 받는다. 예술가의 인격은 신은 물론이요, 성인의 반열에 오를 만큼 위대할 수 없지만 그 천재성이 만든 작품 중에는 놀라운 것들이 있다는 입장이다. 이 사진집에 대한 느낌이 그렇다. 세계적인 발레리나, 발레리노가 아니라 무명의 무용수들, 상당수는 대중적 춤을 추는 친구들일 텐데도 그 찰나의 움직임이 포착된 순간 ‘깜짝’ 하는 놀라움을 주는 것이다. 물론 여기 실린 모든 사진이 고급 예술의 경지는 아니다. 하지만 사진작가가 뽑아낸 순간 포착의 심미안과 발랄한 유머 감각이 책을 펼칠 때마다, 아니 표지만 바라보아도 미소 짓게 만든다. 이 책에 실린 작가의 개인적인 삶의 글은 읽지 않고 넘겨도 좋다고 생각하지만, 놓쳐서는 안 되는 것은 각각의 사진과 참으로 적절하게 어울리는 카피들이다. 유명 인사의 명언을 인용한 것도 있고, 몇 개의 단어로 간결하게 제목을 표현한 것도 있는데 우리 시대의 감각에 잘 맞는다. 건널목을 뛰어 건너던 남자가 막 지나간 여인에게 반한 사진은 ‘너를 발견하는 순간’이요, 비 오는 날 우산으로 가리고 입맞춤하는 남녀 사진은 ‘촉촉한 키스’다. 수술실 장면은 ‘누군가의 일상이 누군가의 일생과 만나는 순간’이고, 전속력으로 거리를 달려가는 남자에게는 ‘회사까지 1백 미터 신기록 수립하기’란 제목을 붙였다. 늘 부족한 나의 언어 능력을 깨우치는 순간이자, 젊은 감각과 소통하는 법을 배우게 되는 기회다.
* 글쓴이 유형종 음악 및 무용 칼럼니스트이자 무지크바움 대표다. 《객석》을 비롯하여 여러 매체에 글을 기고한다. 『불멸의 목소리』 등을 저술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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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경험하지만 표현하지는 못했던 인생의 찬란함과 고단함 일상의 한순간만 기록할 수 있는 사진 한 컷에 인생의 의미를 담는다? 말은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 사진집은 지하철역, 횡단보도, 술집, 도서관, 사무실, 욕실 등 우리 주위의 공간에서 최고 무용수들이 춤추는 순간들을 포착해서 삶의 진정한 모습들을 담아내는 데 성공한다. 처음에는 무용수들의 홍보용 사진으로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곧 열정으로 가득한 세상을 반영하는 예술로 발전했다. 사진작가가 개인 홈페이지에 올려놓은 사진들은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면서 전 세계의 언론과 블로그에 소개되었고, 이 사진들을 묶은 사진집은 출간되자마자 곧바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한국어판에서는 옮긴이 겸 카피라이터가 사진의 원제목을 한국인의 정서에 맞도록 새롭게 붙여 완성도를 높였다. Dreaming, Loving, Playing, Exploring, Grieving, Working, Living 등 일상을 구성하는 7가지 키워드로 분류된 사진들은 우리의 상상력을 자유롭게 하고 우리의 무뎌진 가슴을 뛰게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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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형종 선생님 요즘 뭐하세요? 불멸의 베스트셀러, ‘그리스-로마 신화’야말로 서양 문학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시공간을 초월해 끊임없이 읽히고 변주되고 새로 만들어지는 주제가 그리스-로마 신화입니다. 클래식, 오페라, 발레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신화와 클래식의 만남, 그 황홀한 이야기를 담은 『신화와 클래식』(가제)을 열심히 집필 중에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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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의 세계와 작품 창작의 방법을 알려 주는 약도와 같은 책! -세상의 모든 창작자가 봐야 할 필독서
이노우에 다케히코의 《슬램덩크》, 오다 에이치로의 《원피스》, 윤태호의 《미생》, 주호민의 《신과함께》 등. 세상에는 독자에게 재미를 주는 것을 뛰어넘어 감동은 물론 인생 전체를 바꿔 놓는 명작이 여럿 있다. 대부분의 웹툰 작가와 지망생은 이와 같은 걸출한 작가의 뛰어난 작품에 감명받아 만화의 세계에 입문한다. 그들의 그림을 따라 그리기 시작하다 그림을 잘 그린다는 평을 들으며 조금씩 ‘나도 웹툰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키운다. 수천 장의 스케치를 통해 나만의 스타일도, 태블릿 툴에도 능숙해졌지만 몇 컷 이상 그리지 못한다. 왜일까? 그것은 ‘이야기 만드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웹툰스쿨』은 이러한 고민을 갖고 있는 독자들을 위해 쓰였다. 웹툰 한 편을 완성하고 싶은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모든 이들, 내 작품에 무엇이 문제인지 알 수 없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서. 이 책에는 현직 웹툰 작가 20여 명의 작업 방식과 그들이 웹툰을 그리는 이유, 웹툰 스토리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 웹툰의 이해부터 취재 방법과 전문가 인터뷰, 웹툰 플랫폼 담당자와의 미팅 방법까지 상세하게 담겨 있다. 인기 웹툰 《닥터 프로스트》의 작가 이종범, 웹툰 이론가 홍난지 박사만이 풀어낼 수 있는 웹툰 스토리 작법에 관한 모든 것을 전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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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후기
(담당 편집자 honeypie)
어릴 때 나는 치과 가기를 몹시 두려워했는데, 치과에 갈 때마다 단두대를 향해 가는 마리 앙투아네트를 떠올렸다. 당연히 <베르사유의 장미> 때문이었다. 그런 나에게 삼촌은 치과에 다녀오면 『보물섬』을 선물해 주겠다고 꼬드, 아니 약속했다. 내가 제일 좋아하던 작품은 이보배 작가의 것으로 추정하는, 미래 세계를 다룬 이야기였다. 단어 뜻을 몰라 그림 위주로 봤던 것 같다. 이후에 내 나이에 맞는 『밍크』가 창간하면서는 『밍크』를 정기 구독했다. 당시 작가들은 작품 한구석에 사나운 눈을 한 담당 편집자와 그들에게 읍소하는 메시지 혹은 마감 직전의 초췌한 몰골로 작품을 그리는 작가 자신을 자주 그려 넣었다. 어린 시절 내가 궁금해했던 사나운 눈의 편집자가 바로 나였다니! 하지만 여러 번의 수정과 추가 원고를 부탁드렸음에도 언제나 웃는 얼굴로 친절하게 응해 준 두 작가님 덕분에 즐겁게 작업할 수 있었다.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나 역시 책장 하나 가득을 만화책으로 채운 만화 세계의 거주자로서, 그리고 그 작품들로 무수한 상상의 세계를 펼쳤던 소년으로서의 애정이었음을 부디 헤아려 주시기를. 이야기를 창작하는 이들이 갖고 있는 고민의 무게를 어떻게 재단할 수 있을까. 추천의 글에 있는 윤태호 작가의 말처럼 『웹툰스쿨』은 ‘나만의 무엇이 더 필요하다’라는 과제와 싸우는 모든 창작자에게 꼭 필요한 책이자 그들을 위로해 주는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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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ke or Fortune? (국내 Netflix 방영 제목: 미술탐정단) BBC One 다큐멘터리 | 영국 | 2011~2019(총 8시즌 방영)
전 세계가 코로나 바이러스로 꽁꽁 얼어붙은 요즘,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 이들을 위해 추천할 만한 예술 다큐 하나! 원래는 BBC 다큐로 시즌8까지 방영되었지만, 국내에서는 넷플릭스를 통해 시즌4 네 개의 에피소드만 만날 수 있다. 국내판 제목은 <미술탐정단>인데, 아트 딜러이자 미술사학자인 필립 몰드와 저널리스트인 피오나 브루스가 한 예술 작품의 진위 여부를 파헤쳐 가는 내용이다. 영국판 ‘진품명품’으로도 불린다. 특히 두 번째 에피소드에서는 르누아르가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작품에 관한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 그림이 과연 진짜 르누아르가 그린 것인지, 왜 똑같은 그림을 두고 거대한 미술 기관들은 서로 다른 의견을 보이는지 시간이 지날수록 맞춰지는 퍼즐을 보고 있으면 웬만한 스릴러물보다 더 흥미롭다. 르누아르의 그림인지 아닌지도 물론 중요하지만, 작품에 대한 사소한 기록까지도 모두 남아 있어 언제든 찾아볼 수 있고, 눈에 보이지 않는 캔버스 뒷면을 촬영한다거나 그림에서 긁어낸 아주 소량의 물감 가루로 그림이 그려진 시대를 추정하는 등의 과학 기술은 경탄을 자아낸다. 한 작가의 온전한 카탈로그 레조네도 귀한 우리의 현실과 비교되면서 약간의 씁쓸함과 부러움이 교차하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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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외]누가 이 만화를 아시나요? 시공아트 편집자 honeypie입니다. 편집 후기에서 이야기한 『보물섬』 연재 만화를 기억하는 분이 있을까요? 꼭 찾고 싶습니다. 설명을 덧붙이면 일단 미래 세계가 배경입니다. 피폐한 도시에는 투명 돔으로 된 공간이 있습니다. 그 안에는 부자들이 살고 있고요. 미래 시제인 만큼 날씨도 마음대로 조정하고, 아이도 부모가 원하는 성별, 머리색으로 기계에서 키우다 분양(?)합니다. 반면에 돔 바깥에는 가난한 사람들이 살고 있습니다. 이들의 주식은 바퀴벌레! 바퀴벌레가 엄청 커서 사냥하면 배낭처럼 등에 맵니다. 그러다 이런 세상에 불만을 가진 혁명군들이 체제를 부수는 내용입니다. 너무 오래전에 봤던 작품이라 내용이 다를 수도 있지만 꼭 찾고 싶네요. 간절하게 제보를 기다리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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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읽으면 좋은 책 - 시나리오 창작의 전부를 알려 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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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달, 편집자의 pick (시공아트 편집자 nino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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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사 출판사 sialetter@sigongsa.com 서울시 서초구 사임당로 82 시공사 단행본사업본부 예술교양팀 수신거부 Unsubscri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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