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집은 남자는 점잖은데, 여자가 성질이 오독오독혀.” 친구 어머니가 해 준 사주풀이다. 성질뿐인가? 입맛까지 오독오독해서 빵도 입천장이 까지는 바게트나 호밀빵을 좋아한다. 게다가 피자도 본토 이탈리아 사람들이 보면 어이없을 정도로 크러스트가 바삭한 것을 사랑한다. 집에서 피자를 굽기 시작했다. 그럭저럭 흉내만 내다가 어느 날 깨달았다. 돌판에 피자를 구우면 누룽지처럼 바삭한 크러스트가 나오겠구나! 그러나 속은 쫄깃해야 하니, ‘겉바속쫄’의 크러스트를 만들기 위해 온갖 비율로 밀가루와 물을 배합한 끝에 황금 비율을 찾아냈고, 사흘 간 냉장 발효를 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13년 전이고, 지금은 피자 관련 유튜브를 보며 날로 새롭고 또 새로운 것을 배운다. 즐겁다.
이젠 밀대로 미는 건 시시하다. 기포를 납작 눌러버리는 그런 방법은 하수다. 포카치아 만들 때처럼 온 손가락을 동원해서 가운데부터 뿅뿅뿅 찍어나간다. 그 다음에는 뒤집어서 뿅뿅뿅, 둥글게 둥글게 면적을 넓혀나간다. 올록볼록 늘어나는 도우가 사랑스럽다. 물론 오븐은 예열해 놓고, 돌판은 센 불로 달군다. (오븐 말고, 가스불 위에서 달구는 게 빠르다.) 피자 토핑이야 뭐든 상관없지만, 가장 좋아하는 건 고르곤졸라 피자다. 생크림 우유와 고르곤졸라 피칸테를 섞어 졸인 뒤, (대량으로 만들어 소분해서 냉동한다) 돌판에 잽싸게 얹은 피자 반죽에 바르고, 모짜렐라 치즈를 뿌려서 오븐 최고 온도에 넣어 잠깐 구우면 된다. 기포가 살아 있는 ‘겉바속쫄’의 깔끔한 누룽지피자가 완성된다. 간 마늘을 꿀에 섞어 피자에 발라 먹으면, 으… 황홀한 맛!
바질페스토를 바르고 새우, 올리브, 체리토마토를 얹어 모짜렐라 치즈를 뿌린 것도 기막힌 맛이다. 바질페스토를 만들 때 잣이 비싸니, 반값 정도인 마카다미아 너트를 쓰기도 한다. 여름에는 집에서 키운 바질잎을 피자에 올려준다. 식물이라면 다 저세상으로 보내는 비루한 나지만 바질만은 그럭저럭 키워서 여린 잎을 쏙쏙 뜯어먹는다. 일주일에 한 번, 친구와 피자를 구워 먹고 공원을 걷는다. 그간 숱한 실험 실습의 대상이 되어준 고마운 친구다. 오늘이 그날. 내 사랑 피자가 오븐에서 고소한 냄새를 풍기며 노릇노릇 구워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