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나이를 한 살 한 살 먹어가면서 마주하는 장애물의 높이가 한 단계씩 올라갈수록 그만큼 내 감정도 참 많이 무뎌졌다. 늘 보송한 감수성을 유지해도 힘든 이 일을 하면서 마음 저 한구석에서는 죄책감이 웅크리고 있었나 보다. 무언가에 감동을 느끼기 힘들었던 요즘, 한 오디션 프로그램이 나에게 선물을 주었다. 다양한 뮤지션들이 최고의 밴드를 만드는 <슈퍼 밴드 II>! ‘스트릿 우먼 파이터’보다 화제성은 떨어질지 몰라도 감동은 더 크게 다가오는(철저히 나의 주관적인 의견이다) 이 오디션 프로그램은 매회 멤버들이 바뀌는 밴드가 만들어 내는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커버곡이든 자작곡이든 멤버가 바뀌면서 늘 새로운 사운드와 분위기를 전달한다. 확실히 ‘밴드’만이 만들 수 있는 느낌이 있는데, 각 뮤지션의 역량보다 더 중요하게 다가오는 건 그들 간의 ‘합’이다. 서로의 에너지가 뭉칠 때 폭발하는 ‘순간’이 얼마나 있는지가 ‘밴드’의 역량인 것 같다. 그런데 얼마 전 그 ‘순간’이 나에게도 전해졌다. 우리나라에서 참 인기 없는 장르(이것 역시 나의 주관적인 의견일 뿐)인 ‘헤비메탈’을 해 오던 밴드 ‘크랙샷’과 피아니스트 오은철이 함께 팀을 이루어 (밴드명은 ‘크랙실버’) 머틀리 크루(전설적인 미국 LA 헤비메탈 밴드)의 <Home Sweet Home> 무대를 꾸몄는데, 이 클리셰 같은 곡이 감동을 안겨 줄 줄이야!! 자신들의 길을 묵묵히 걸어온 이들만이 보여 줄 수 있는 진심 어린 감동을 그 무대에서 느낄 수 있었다. 정말 오랜만에 가져 보는 감동이다. 심사위원 중 한 명인 이상순님의 말처럼, “객관적인 판단이 불가능한” 그런 놀라운 순간을 선물받은 기분이다. 치유가 필요할 때 이 무대를 몇 번이고 꺼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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