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시아레터 N E W S L E T T E R _ vol. 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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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도 생각나는 빙수, “부빙”
아이스크림 판매율은 한여름과 한겨울에 가장 높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아주
더울 때도 먹고 싶지만, 아주 추운 겨울밤, 뜨뜻한 이불을
무릎에 덮고 재미있는 책을 읽고 있다 보면, 문득 더 생각이 난다. 심부름
시킬 사람이 옆에 없으면, 두꺼운 외투를 얼른 걸치고 편의점에 후다닥 혼자 다녀오게 된다. 따뜻한 방에서 먹는, 차갑게 사르르 녹는 그 한입은 정말 아는 사람은
다 아는 그런 맛이다.
그런 의미에서 빙수도 비슷한 것 같다. 무더운 여름날에 설컹설컹 입
속에서 구르다 녹는 그 얼음 입자를 어찌 말로 표현하겠냐만… 요즘같이 슬슬 추워지기 시작하면 더욱더
생각나는 음식이 또 빙수 같다. 빙수에 대단한 지식이 있는 것도 아니고, 다양한 여러 빙수를 먹어본 것도 아니지만, 맛있는 빙수가 어떤 것인지는
안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우연히 지인을 통해 알게 된 부빙에서 먹어본 빙수는 지금까지 먹어온 빙수가
얼마나 평범했는지를 알게 했다. 마치 솜사탕 같은 둥그런 빙수가 앙증맞은 그릇에 담겨 아담한 쟁반에
받쳐져 나오는데, 선택한 맛에 따라 소금이나 후추가 담긴 작고 귀여운 병이 곁들여져 나온다. 이렇게 한 접시 받으면, 그 예쁨에 반해 일단 사진 찍기에 바쁘다. 하지만 사진 찍는 데 너무 정신이 팔리면 안 된다. 부빙의 빙수는
마치 레이스 같은 하늘하늘한 결을 가지고 있어서 생각보다 빨리 녹기 때문이다. 몇 번의 방문으로 여러
가지 맛의 빙수를 접했는데, 어떤 맛이 가장 좋은지 생각하기조차 싫을 정도로 전부 다 맛있는 그런 놀라운
빙수 집이다.
얼마 전, 멀리 외국에 사는 친구의 방문으로 북촌 한옥 마을을 구경하고, 부빙에서 빙수를 함께 먹었다. 이런저런 사는 이야기로 수다를 떨고, 예쁘게 차려져 나온 빙수를 숟가락으로 살짝 떠서 한 입 머금은 그 순간. 그
순간이 바로 행복 그 자체였다. 가을 날씨에 나뭇잎들은 하나둘 노랗고 빨갛게 물들어 가고, 서늘한 공기가 기분 좋았다. 하지만 이제 금방 서늘한 바람은 찬
바람으로 바뀔 것이다. 날이 더 추워지면 빙수 생각이 더 날 것이다.
연말의 아주 추운 어느 날, 누군가와 빙수를 먹을지 그 생각에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_박인선(<홍콩 미술관 산책> 저자)
* 부빙은 부암동과 가회동에 있어요~! (인스타그램 @ice_boobi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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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하게는 인류의 숙명을 의식하며 소박하게는 죽음을 견디는 데 보탬이 되기를 바라며 예술 속에 드러난 죽음을 이야기하려 한다.” _ 「작가의 말」 중에서
예술의 뒷모습을 파고드는 작가, 이연식의 죽음 담론 이미지로 들여다본 죽음의 진짜 모습 “죽음이 인간의 숙명이라면 한번은 제대로 바라봐야 하지 않을까?”
- 미술사가가 보여 주는 죽음의 여러 얼굴과 비로소 드러나는 모순들 - 인생의 다양한 모습 이상으로 다채로운 죽음에 관한 이야기 - 죽음을 피하기보다는 바라볼 수 있게, 두려워하기보다는 마주하는 힘을 주는 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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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사 교과서는 단군의 고조선 건국에서 시작한다. 어떤 소설보다 긴장 넘치고 흥미로워 탐독하듯 읽어 나갔지만… 고비가 있었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내가 공부했던 교과서는 일제강점기 이후 한국의 근현대사를 몇 장의 사진과 사건으로 보여 주었다. 주인공들의 얼굴도 함께 실려 있었는데 이것이 문제였다. 굳은 얼굴과 어딘지 무서운 인상. 평생 한두 장의 사진만 찍었을 테고 옥살이한 이들이 대부분이니 어쩔 수 없는 면도 있다지만 그런 차원이 아니었다. 국사 책에 실린 수천 명은 ‘이야기’처럼 느껴졌는데, 이들은 ‘살아 있는’ 사람들 같았다. 언제는 살아서 사진을 찍었는데 지금은 죽었다니. 잘 읽고 있던 책이 갑자기 황당한 결말에 다다른 것처럼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또 함께 실린 사망 시기를 보면서 그로부터 얼마의 시간이 흘렀는지를 확인하곤 했는데, 죽은 게 아니라 잠들어 있거나 무엇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여겼다. 왜 태어나기 전에는 어디에서 왔고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는 생각해 보지 않았을까? 나는 죽음에 관한 생각을 자주 하는 사람 같다. ‘같다’라고 말하는 건 이런 이야기를 누구와 나누어 본 적은 극히 드물어서다. 모두들 얼마나 자주 깊이 떠올릴까 궁금하지만 왠지 먼저 꺼낸 적은 없다. 『죽음을 그리다』가 그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죽음이 너무 거대해 구석구석은 살펴볼 마음도 먹지 못했는데, 이 책은 겁내지 않고 들여다볼 수 있게 조각조각 차근히 안내하다 “봐, 이게 실체야!”라고 알려 준다. 같은 사실에도 여러 개의 진실이 존재할 수 있다. 그렇지만 사실을 확인해야 비로소 진실에 도달할 수 있다. 온갖 공상과 스스로의 답을 구하고자 수차례 글을 수정하고, 덧붙이고, 설명해 주기를 요구(요청이 아니라)했던 편집자를 너그러이 받아 주신 저자에게 감사를 전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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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주, <사라지는 풍경 711>, 캔버스에 종이와 아크릴, 194x130.3c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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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해가 질 무렵, 가로등이 하나둘 켜지고, 집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하루의 고단함을 덜어낼 수 있는 집이 그리워진다. 나의 어린 시절 집은 붉은 벽돌로 지어진 오래된 2층짜리 빌라였다. 내가 기억할 수 있는 시절부터 대학교 4학년 무렵까지 쭉 한 동네에서 살았으니 지금까지 내 인생의 반 정도를 그곳에서 보낸 셈이다. 이제는 흐릿해지긴 했지만, 아직도 집에 돌아가는 길에 보았던 동네 감나무와 시멘트 길바닥의 깨진 흔적들, 놀이터의 삐걱거리던 그네 같은 것들이 떠오른다. 정영주 작가님의 작품을 만난 건 작은 동네 갤러리에서였던 것 같다. 분명 그림 속 집들은 나의 어린 시절 집과는 다른데, 이상하게 그림을 보면 볼수록 어스름한 저녁 집에 돌아가던 길이 생각났다. 각자의 기억 속 집은 다르겠지만, 정영주 작가님의 그림은 우리를 우리만의 집으로 이끈다. 그래서 마음이 따뜻해지고 먹먹해진다. 희한하게도 그림 속 불빛들은 정말로 빛난다. 물감 덩어리가 아니라 그림 속 집들을 비추는 빛이 된다. 그래서 그림을 보고 있으면 집 하나 하나의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정영주 작가님의 작품이 많은 사랑을 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나 싶다. 누구나 마음속에 그리운 집 하나씩 가지고 싶을 테니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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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eet November Bitter Novemb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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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요, 당신. 나를 발견해 준 단 한 사람
내 죽음은 어떤 모습일까요? 나의 장례식에는 누가 와 줄까요?
고독사한 이들의 장례를 치러 주는 남자, 존 메이. 평론가들은 좋은 점수를 주지 않았지만 그의 인생에 어떻게 점수를 매길 수 있을까? 영화가 끝난 다음 찾아오는 먹먹함. 그것을 모든 생명은 같은 운명을 타고나기 때문이라고 간단히 답할 수만은 없다. 거창하게 죽음을 다룬 영화, 책이라고 소개할 것 없다. 모든 삶에 죽음이 담겨 있고, 아무 드라마를 틀어도 당연하듯 죽음에 관련된 내용이 나온다. 그것을 새삼 일깨우는 영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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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기다림의 끝. 드디어 발행되는 웨스 앤더슨의 신작
‘프렌치 디스패치’의 마지막 뉴스레터 당신을 매료시킬 마지막 기사는?
2019년, 이 영화의 제작 소식은 웨스 앤더슨 영화들의 그래픽 디자이너인 애니 앳킨스의 작업을 다룬 <애니 앳킨스 컬렉션>을 출간하기로 결심한 큰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모든 일상을 멈추게 한 코로나로 책은 2020년 봄에 먼저 나왔고, 영화는 그로부터 1년 6개월이 지난 11월 중순에야 개봉한다. 지금까지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책 덕분에 느긋하게 영화를 기다릴 수 있다. 웨스 앤더슨이야 물론! 이제 극장과 만나야 할 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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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에 한 권, 온전히 책을 읽는 즐거움
작가와 함께하는 시공사 완독클럽 11-12월의 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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