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 시공아트
- 지난 호 시공아트를 떠난 ninon에게 보냈던 honeypie의 글을 기억하시나요? 아직, 그리고 계속 함께할 ninon이 보내온 글을 나눕니다.
시공아트에 대한 애정이 여전히 깊다 해도 회사를 떠난 지금, 이 글을 써도 되는지, 괜한 오지랖은 아닐지 걱정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사실 출판 관련 일을 하는 이들의 이직은 흔한 일이다 보니 한곳에서 13여 년(정확히는 12년 5개월) 동안 같은 일을 했다는 것 하나쯤은 어디 내놔도 부끄럽진 않을 것 같다는 마음에 다시 원고 파일을 열었다. 지금 시공아트를 이끌고 있는 honeypie와는 7여 년, 그 전에 시공아트를 이끌었던 그리운 이름 slow****과는 6여 년을 함께 책을 만들며 지냈다. 우리는 모두 성격도 제각각, 스타일도 제각각이었지만 시공아트에 대한 마음은 놀라우리만치 똑같았다. 모든 이들을 만족시키는 책은 아니지만 누군가에게는 사랑받을 수 있는 책! ‘예술과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놀이터’라는 시공아트 소개글에 우리의 이런 마음이 충분히 담겨 있는 것이 아닐까. 하나의 책 브랜드를 만들어 나가는 사람들이 한자리에서 꽤 오랫동안 머물러 있다는 건 그들의 진심이 책에 조금 더 담겨 있다는 증거일 수도 있다고 감히 생각해 본다. 그만큼 시공아트에 머물러 있던 13여 년의 시간이 아깝지 않다는 의미다. 그만큼 시공아트에 대한 자부심도 크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하지만 너무 오래 머물러 있긴 했다. 이 정도 내 진심이 담겼으면 이제는 다른 이의 진심이 필요할 때다. 회사를 떠나면서 그동안 내 손길이 닿은 책들을 정리했다. 그동안은 앞에 쌓인 책들이 많아서 뒤에 놓인 책들은 신경 쓰지 못했다. 이 기회에 나의 흔적들을 정리하자 마음먹고 보니 꽤 많은 양이다. 80여 권의 책들을 모두 챙겨 회사가 아닌 집으로 옮겼다. 책 한 권 한 권마다 구구절절 사연들이 길다. 그래도 어느 하나 버리고 싶은 책은 없다. 이럴 줄 알았으면 저역자분들에게 ‘책에 사인 하나만 해 주세요’라고 부탁해서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사인본들을 소장했어야 했나 보다. 그래도 나만 기억하는 추억들이 담겨 있으니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책들이긴 하다. 나는 시공아트를 떠났지만, 여전히 아침마다 ‘시공아트’를 검색하고 온라인서점에서 시공아트의 책들을 들여다보고 있다. 아직 마음은 떠나지 못한 것 같다. 이제 판권에 내 이름이 박힌 책들은 서점에서 서서히 사라지겠지만, 나는 시공아트를 오랫동안 놓지 못할 것이다. 다만 13년 전처럼 다시 시공아트의 독자로 돌아가 조용히 응원을 보내겠다. 예술과 책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시공아트라는 놀이터에서 맘껏 편하게 놀아 봐야지. 마지막으로, 그동안 저와 작업해 주느라 고생하신 저자분들, 역자분들, 디자이너분들(그 외에도 많은 분들)에게 ‘감사했습니다’ 한 마디 남기고 싶다. 그리고 이런 공개적인 자리를 저에게 빌려준 시공아트(특히 honeypie)에게도 ‘고마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