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 31 종합 출판사 시공사의 예술, 교양 분야 도서를 발간하는 시공아트의 뉴스레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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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의 몸(가제)』
인류사의 특정 시기를 속속들이 알고자 할 때 유용한 방법 한 가지는, 하나의 대상을 정해 프리즘으로 삼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해당 시기가 방출하는 빛이 그 대상을 통과해 갖가지 색으로 분산되어 기다란 스펙트럼으로 펼쳐진다. 이때 어떤 대상을 프리즘으로 삼느냐에 따라 시대의 빛에 포함된 여러 파장이 굴절되는 정도가 달라지고, 따라서 스펙트럼의 폭과 무늬도 덩달아 달라진다.
영국의 미술사학자 잭 하트넬은 『중세의 몸』에서 인간의 몸을 프리즘으로 삼아 중세라는 시대를 분석한다. 그런데 이 몸이라는 프리즘은 성능이 어찌나 훌륭한지, 이른바 ‘암흑시대(Dark Age)’로 통하는 중세의 희미한 빛도 일단 인간의 몸을 거치면 영롱한 색색의 띠로 변해 읽는 이의 시야를 한가득 물들인다. 그 빛의 스펙트럼을 읽어 나가는 순서는 중세 시대의 의학 저술가가 책을 쓸 때 길잡이로 삼았던 라틴어 문구 ‘아 카피테 아드 칼켐a capite ad calcem’과 일치한다. 즉, ‘머리에서 발꿈치로’ 내려가는 것이다.
머리부터 시작해 감각 기관, 피부, 뼈, 심장, 피, 손, 배, 생식기, 그리고 마지막으로 발까지, 지은이는 인간의 몸 이곳저곳을 각 장의 제목으로 내걸고 그야말로 “중세 시대 삶의 모든 면을 탐색”한다. 머리에서는 광기와 대머리가 당대의 정치 및 종교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보고, 감각 기관에서는 태피스트리 속에 묘사된 일각수와 여성의 관계를 통해 감각의 우열을 따져 보고, 피부에서는 사람의 살갗뿐 아니라 동물 가죽으로 만든 양피지 및 이를 이용한 당대의 출판문화를 둘러보고, 발에 이르러서는 도보 여행과 지도 제작에 관해 알아보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지은이는 몸과 직접 연관된 의학은 말할 것도 없고 철학과 역사학, 문학, 종교, 시각 예술 전반과 건축, 심지어 음악까지, 온갖 분야를 넘나들며 갖가지 기기묘묘한 이야기로 읽는 이의 넋을 빼 놓는다. 책에 제시된 자료의 양과 범위는 정말이지 눈앞이 아찔할 정도로 방대하다. 비단 유럽 문화권만이 아니라 중세 유럽에 큰 영향을 미친 이슬람 문화권 및 히브리어 문화권의 자료 또한 심심찮게 등장한다.
여러 문화권에 걸친 ‘온갖 분야’의 ‘방대한 자료’란 읽는 이에게는 지식욕을 충족할 절호의 기회를 뜻하지만, 번역을 맡은 옮긴이에게는 이루 말할 수 없는 고역을 의미한다. 출판 번역자로 일한 지 어언 14년, 나에게 『중세의 몸』보다 번역하기 힘든 책은 단언컨대 없었다. 자료를 찾는 데만도 다른 책보다 갑절의 시간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번역을 다 마치고 전체 원고를 다시 꼼꼼히 읽어 보니, 그 갑절의 시간 가운데 허투루 보낸 시간은 1초도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 지은이가 인간의 몸을 빌려 마치 만다라처럼 펼쳐 보인 이 독특하고 화려한 중세상像을 한국어로 옮기려면 그 정도 품은 들여야 마땅할 것이다. 품을 들인 보람이 있는지 없는지는 독자 여러분이 확인할 몫으로 남기는 바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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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써 주신 장성주 선생님은
출판 편집자를 거쳐 번역자 및 기획자로 일하고 있다. 우리말로 옮긴 책에 『오컬트, 마술과 마법』, 『파워 오브 도그』, 『산산조각 난 신』, 스티븐 킹의 『별도 없는 한밤에』, 『언더 더 돔』, 〈다크 타워〉 시리즈, 켄 리우의 『종이 동물원』, 『제왕의 위엄』, 『어딘가 상상도 못 할 곳에, 수많은 순록 떼가』, 데즈카 오사무의 『아돌프에게 고한다』, 우메즈 가즈오의 『표류 교실』 등이 있다. 2019년 『종이 동물원』으로 제13회 유영번역상을 수상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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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랜드
경기 용인시 처인구 포곡읍 에버랜드로 199
- 흔히 떠올리는 놀이기구나 할로윈 행사뿐 아니라 멋진 정원과 여러 식물을 만나는 즐거움까지 기대 이상이다. 생생한 계절의 빛깔을 뿜어 내는 포시즌 가든,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특별한 품종을 보유한 장미원 등 어디로 걸음하든 어디서 사진을 남기든 흡족한 시간이 될 것이다.
- 국가 대표 테마파크 에버랜드 내 정원은 오랜 세월 기울인 정성의 산물이다. 그 다채로운 발전사와 숨은 이야기가 장차 시공아트 신간이 될 예정! #꽃바람 이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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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공원
서울 마포구 하늘공원로 95
- 가을이면 한 번쯤 생각나는 곳으로 코로나19 확산기에는 출입을 통제할 정도였다. 오르막 끝에 탁 트인 억새밭이 기다린다. 도보로 오르기 힘든 분들은 입구에서 맹꽁이열차를 이용해 느긋한 구경을 할 수 있다.
- 멋진 사진을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면 인파가 적은 요일과 시간대를 노리자. 주말에는 곳곳에서 촬영 중인 앵글을 피하기 바쁠 수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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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송현광장
서울 종로구 송현동 48-9
- 새로 조성된 송현광장을 우연히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 예전 모습과 달리 인사동 끝에서 정문이 보이던 풍문여고는 '서울공예박물관'이 되어 관람객을 맞은지 오래고, 안국역 주변에서 광화문으로 이어졌던 높다란 담장이 무려 100여 년 만에 사라진 변화는 매우 극적이다.
- 도심 빌딩 숲 너머로 사방이 툭 트인 들판이 시원하다. 저녁에도 은은한 조명이 있어 꽃밭 사이로 야경과 산책을 즐기는 이들도 많다. 2024년까지 임시 개방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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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넓은 인문적 시선으로 예술 작품의 숨겨진 한끝을 찾는
시공아트 예술 3부작 완간!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예술, 인간을 말하다
예술로 만나는 삶의 기쁨과 슬픔
전원경 지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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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다양한 장밋빛
이른 새벽 나선 걸음으로 2층 버스에서 내렸다. 업무차 왔지만 무려 유년기 이후 첫 에버랜드 방문. 개장까지 몇 시간이 남았는데 긴 대기 줄에 놀랐다. 테마파크라는 비일상성은 언제나 설렘이 된다. 회의 전 가을빛 가득한 정원 곳곳을 둘러볼 수 있었다. 손꼽히는 전문가이자 식물콘텐츠 그룹장이신 저자분의 친절한 안내를 받게 되어 참 감사했다. 서늘한 시월의 공기가 더욱 청량했던 아침, 자칫 인위적 즐거움의 생성소로 그칠지 모를 공간을 색색의 식물들이 멋지게 어우러져 생명력으로 채우고 있었다. 시선을 돌리는 곳마다 감탄이 나왔다. 에버랜드 내 정원과 식물을 계절마다 돌아보는 식물사랑단도 운영 중이라 한다. 작은 화분이 삭막한 실내를 바꾸어 놓듯 곁의 조그만 자연에도 위로받고 거대한 자연에 경탄하는 건 인간의 본능인 듯하다.
장미원에는 생전 처음 접하는 여러 종의 장미가 있었다. 이름표마다 적힌 긴 이름만큼이나 가지각색으로 꽃송이 크기도, 꽃잎 수도, 향과 빛깔도 저마다 다른 매력을 자랑했다. ‘장미향’ 혹은 ‘장미색’이란 알고 보니 우리 각자의 생김새만큼이나 놀랍도록 다채로운 것이었다. 색 자체도 마찬가지여서 하나의 이름 아래 넓은 폭이 있고 제각기 주는 인상도 다르다. 최근 표지 바탕색을 정하는 과정이 예상을 뛰어넘는 시간과 정성을 요했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색상표로 값을 특정해도 기기마다 달리 보일 수밖에 없기도 했고 각자 ‘보라색’이라 칭하는 범주는 참으로 넓디넓었다. 그날 보고 들은 식물의 특성 중 ‘단기간에 성과를 볼 수 없다’는 면모가 특히 책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떠올림과 동시에 받아쓰기해 전송하는 인스턴트 메시지, 몇 분 아니 이제 몇 초로 ‘풋’ 웃고 넘기는 콘텐츠, 편집 없이 올린 날것의 영상까지 익숙해진 이 시대에도 자리를 지키고 선 책들. 탄생까지 기나긴 과정과 인내를 요하며 완성 후엔 즉각적인 변경을 할 수 없는 물성이다. 어린 날부터 사랑하던 수많은 매체들 중 책을 업으로 삼게 되었을 땐 긴 호흡의 신중함과 정성이 매력이라 막연히 생각했다. 그 길고 느림의 정도가 어느 정도 지난할 수 있는지, 때로 얼마나 수많은 이들의 피, 땀, 눈물을 자양분 삼아 세상에 선보이게 되는지를 여러 경험으로 배운 후에는 과정마다 더 겸허해진다. 손을 떠난 결과물을 마주하기까지의 염려와 떨림은 간절함이 된다. 곧 세상에 나올 신간의 보랏빛이 모두의 기대 이상이길 기원하고 있다.
-에디터 peac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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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성동구 상원1길 22 북스사업본부 예술교양팀 (시공사 출판사) sialetter@sigongs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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