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 32
종합 출판사 시공사에서 예술, 교양 분야 도서를 발간하는 시공아트의 뉴스레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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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테 콜비츠, <Saatfrüchte sollen nicht vermahlen werden 씨앗들이 짓이겨져서는 안 된다>, 1941년, 석판화, 37×39.5cm, 사우어바인 컬렉션, 뮌헨 독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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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격한 의미에서 '개인적인 것'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도 가능하지도 않다. '지극히 개인적인 아픔'이란 파편화되고 단자화된 인간의 시대가 만들어 낸 허구일 뿐이다. 공유될 수 없는 고통, 나누어질 수 없는 아픔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부조리와 악, 폭력과 억압, 강탈과 희생은 모두 인류의 문제요, 문명의 오류와 연루되어 있다. 콜비츠는 자신에게 고통과 아픔이 주어졌을 때, 즉시 그것을 타인의 고통과 눈물로 나아가도록 하는 신호로 받아들였다. 콜비츠의 삶과 예술이 우리에게 확인시켜 주는 바가 바로 이것이다. 그녀는 거창한 형이상학적 담론을 들먹이면서, 자기 행위의 정당성을 찾는 쪽으로 나아가지 않았다."
- 108쪽, 『예술, 상처를 말하다』, 심상용 지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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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걷는 길거리를 걷는다. 그때마다 드는 별의별 생각들, 천차만별이다. 이를테면 오늘은 당장 배가 고픈가 하면 진한 커피 향이 그립고, 그래도 당장 해야 할 일을 복기하다가 갑자기 어제 만난 그 친구의 감정 상태가 느껴지더니 몇 년 전 일로 헛웃음까지 난다. 그리고 지나가는 차를 유심히 보며 광고를 읽다가 이내 한 손으로 핸드폰을 잡고는 길 중심에서 약간 옆으로 걸어본다.
내 안엔 내가 너무나 많다. 그렇다면 이 수많은 작은 아이들, 도대체 어떻게 관리할까? 만약에 부모의 마음이라면 한없이 보듬을 수밖에. 그래, 처음엔 누구나 미숙하다. 그저 서로 어울리며 스스로 성장하도록 지원할 뿐. 혹은, 소속사 사장의 마음이라면 다들 나름의 끼를 발휘하며 조명 받기를 바란다. 결국, ‘모두 다 주인공’, 즉 ‘내 인생의 감독’이 되어 멋진 영화 많이 찍기를!
요즘 ‘화획 프로젝트(Strokes project)’에 심취했다. 우선, 붓 하나를 고른다. 그리고 빈 공간에 한 획을 던진다. 다음, 다른 모양의 붓으로 교체한다. 그리고 다음 획을 옆에 던진다. 이와 같이 새로운 획이 더해지며 어느새 화면은 획으로 풍성하다. 비유컨대, 이는 씨앗 심기다. 즉, 여기서 끝이 아니다. 앞으로 열심히 키우다 보면 어느새 추수할 때가 오겠지.
재료마다, 붓마다, 그리고 붓질마다 다 특성이 다르다. 비유컨대, 세상엔 같은 잎사귀 하나 없다. 혹은, DNA가 서로 다르다. 마찬가지로, 비슷한 색이라고 똑같은 게 아니다. 오히려 섬세한 차이가 더 부각되기도. 이를테면 모두 하얀 계열이지만, 누군가는 푸른빛을, 그리고 다른 누군가는 붉은빛을 띤다. 그리고 누군가는 단박에 하얀데 누군가는 반투명한 다른 색상이 여러 층으로 겹치며 그렇다. 그리고 누군가는 얇고 미끈한데 누군가는 두껍고 우둘투둘한 물질감을 드러낸다. 그리고 누군가는 천천히 다소곳한데 누군가는 엄청난 속도감을 자랑한다. 그리고 누군가는 차분히 놓이는데 누군가는 상대방을 덮으며 군림한다. 이와 같이 같은 게 같은 게 아니다.
그러나 크게 보면 같기도 하다. 이를테면 조건식을 공유한다. 예컨대, 형태와 질감의 영역을 극대화하면서도 비슷한 색상을 입혔다. 그리고 모두 다 일획으로 끝이 아니라 수많은 획이 켜켜이 쌓였다. 비트겐슈타인(1889-1951)의 ‘가족 유사성(family resemblance)’은 서로 다르면서도 비슷한 특성이 혼재하는 개념을 잘 설명해 준다. 예컨대, ‘한민족’이지만 다들 개성 만점이듯이. 한편으로 바니타스(vanitas), 즉 ‘결국에는 모두 다 죽는다’라는 식으로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유하는 ‘치명적인 조건’이 있다. 이와 같이 서로 다르지만, 우리는 운명 공동체다.
결국, 어울리며 스스로 성장하는 우리들, 그야말로 세상과 내가 함께 추는 춤이다. 그렇다면 기왕이면 아름다운 향기를 풍기고 싶다. 티격태격 기운생동하며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싶다. ‘화획 프로젝트’에 심취하는 결정적인 이유다. 작품 하나하나가 내 마음의 우주, 그리고 우리의 삶은 다중우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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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빈 작가의 화획 작품 <M8>, <M9>, <M10>, <M11>, 각각 120×45cm, 패널에 아크릴릭, 2022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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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써 주신 임상빈 작가님은
1976년 서울에서 태어나 어려서부터 미술작가를 꿈꾸었다. 예원학교 미술과, 서울 예술고등학교 미술과, 서울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하며 자신의 전공 분야에 몰두했다. 풀브라이트 한미교육 위원단의 장학생으로 미국 유학길에 올랐으며, 예일대학교 대학원 회화와 판화과(Painting & Printmaking)를 졸업한 후 컬럼비아대학교 대학원 티처스칼리지 미술과 미술교육과(Art & Art Education)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과 미국 등, 국내외 여러 기관에서 미술 작품 활동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현재 성신여자대학교 서양화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미술교육과 예술 연구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나아가, 그동안 공부하고 터득한 자신만의 예술적인 통찰을 다양한 분야와의 연계를 통해 심화, 확장된 글쓰기를 지속하고 있다. 『예술은 우리에게 열려 있다_예술적 인문학 그리고 통찰1』, 『예술은 우리를 꿈꾼다_예술적 인문학 그리고 통찰2』, 『예술적 얼굴책』, 『예술적 감정조절』, 『예술가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예술방법론』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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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경 지음 | 608쪽 | 34,000원
폭넓은 인문적 시선으로 예술 작품의 숨겨진 한끝을 찾는 예술 3부작의 피날레. |
김학순, 최병근 옮김 | 480쪽 | 22,000원
25년 동안 수많은 필름 메이커를 탄생시킨 shot by shot의 전면 개정 증보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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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간격으로 『예술, 인간을 말하다』와 『영화연출론』이 찾아왔다. 매력적인 이 신간들은 먼 시간을 거슬러 오늘에 도착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시공아트 브랜드의 정체성을 세운 전임자들의 큰 노고가 깃들었다는 점도 닮았다.
7년 대장정을 마친 예술 3부작은 전원경 저자의 인기 강연을 바탕으로 한 기획에서 출발했다. 인류의 시간과 공간을 아우른 『예술, 역사를 만들다』, 『예술, 도시를 만나다』를 거쳐 인간을 주인공으로 예술을 들여다보며 마무리한 의미 있는 여정이다. 미술과 역사, 음악을 유연하게 넘나들며 인문과 교양의 즐거운 읽기를 가능케 하는 식견과 노련미가 돋보이는 시리즈다. 3권의 표지는 1권의 빨강과 2권의 파랑이 만나듯 보라로 간택되었다. 수많은 시도와 섬세한 조정을 통해 탄생한 색이다. 파랑책에 이어 보라책까지 멋지게 만져주신 디자이너의 빛나는 손길에 큰 수혜를 입었다. 켜켜이 쌓여 탑이 된 교정지 무더기를 정리하며 지난 시간의 무게를 잠시 실감한다.
김학순, 최병근 역자의 번역으로 1997년 첫선을 보인 『영화연출론(shot by shot)』은 오랜 시간 영화와 연출 분야의 탁월한 필수서로 자리 매김했다. 2022년 마침내 전면 개정·증보를 통해 새로운 영상 미디어 시대를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 마지막까지 각별한 수고를 아끼지 않으신 에디터 honeypie님께 깊은 감사를 전한다. K콘텐츠가 세계 곳곳의 시청층을 매료시키고 있는 현재, 새롭게 양성될 예비 창작자들에게 매우 유익하고 반가운 선물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꽤 오랜 세월과 수많은 이들을 거쳐 온 시공아트의 시간은 이렇게 과거와 현재, 미래의 결속을 통해 흐르고 있다. 이 유산에 고마움을 표하며 각 권이 누군가의 필요를 해갈하는 소중한 도구가 되기를 꿈꾼다.
-에디터 pe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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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1월 11일 출간 기념 북토크. 최인아책방 GFC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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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을 앞둔 저녁, 역삼역 최인아책방에서 출간 기념 북토크가 열렸습니다. 예술 인문학 분야의 각광받는 강연자 전원경 교수님과의 만남에 신청 정원을 넘어선 많은 독자님들이 걸음해 주셨습니다. 신간 "보라책" 속 한 챕터인 "마녀와 팜 파탈: 진정 나쁜 여자는 누구인가?"를 주제로 예술 속 여성상의 변화를 다루었습니다. 다양한 미술 작품과 음악으로 시대를 넘나드는 이야기에 모두 빠져들었는데요. 적극적인 질의 응답 순서 후에는 현장 판매분이 동이 날 만큼 열띤 호응 속에 사인회가 이어졌습니다. 정성스럽게 보랏빛 꽃다발을 준비하신 분도 계셨고요. 경청하는 청중과 수준 높은 강연이 어우러진 이 자리처럼 『예술, 인간을 말하다』가 더 많은 분들과 연결되기를 바랍니다. 향후 이어질 시공아트 저자와의 만남들도 기대해 주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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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아트의 새로운 편집자 yelin007님, 환영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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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성동구 상원1길 22 북스사업본부 예술교양팀 (시공사 출판사) sialetter@sigongs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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