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시공사의 예술 교양 콘텐츠 레터 시아레터를 소개합니다!
어느덧 세 번째 시아레터이지만, 첫 레터를 발송하기 전에 떨리던 마음은 세 번째가 되어도 여전히 떨립니다. 문득 ‘시아레터’를 받는 분들께서 궁금한 점은 없을지, 바라는 점은 없을지 챙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우선 시아레터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시아레터’는 예술교양 전문 브랜드 ‘시공아트의 뉴스레터’를 줄인 말입니다. ‘시아’는 시공아트 편집자들이 직접 지은 별칭이고요. 책, 더구나 예술 분야의 책으로 살아남기 참 힘든 요즘, 예술 책의 독자분들은 과연 어디에 있을까 고민하던 중 서점 밖으로 눈을 돌려야겠다고 생각한 것이 ‘시아레터’의 시작입니다. 시아레터는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첫 번째로 <내가 고른 시공아트의 책> 코너에서는 매달 다른 필진이 시공아트 도서 한 권씩을 추천합니다. 시공아트와 인연이 있는 필진 분들의 글이라 더욱 의미가 큽니다. 두 번째는 막 출간되었거나 곧 출간 예정인 <시공아트의 신간>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미술, 음악, 영화, 사진, 디자인, 무용, 패션, 건축 등 전방위적 예술을 다루는 시공아트의 다양한 신간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그동안 접하기 힘들었던 시공아트 편집자들의 진한 편집 후기도 담아 보았습니다. 신간과 함께 읽으면 좋을 또 다른 시공아트 책들도 함께 넣었고요. 마지막으로 <이 달, 편집자의 pick>에서는 매달 시공아트 편집자가 추천하는 콘텐츠를 만날 수 있습니다. 영화가 될 수도, 전시가 될 수도, 책이 될 수도 있습니다. 시공아트의 눈으로 바라본 재미난 콘텐츠를 담아보겠습니다. 시아레터는 한 명의 독자라도 더 책을 통해 예술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그날까지 이어질 예정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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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이는 집
여름이 가까워오면 가장 가고픈 여행지에 대해 친구들과 이야기하곤 했다. 저마다 처한 상황에 따라서 원하는 장소의 모습과 조건이 다양하고, 또 조금씩 변한다. 최근 자가 격리 기간을 보내며, 내 최고의 여행지는 파리와 뉴욕이 되었다. 두 도시를 생각하면, 의욕으로 가슴이 두근거렸던 날들과 그늘진 어린 시절, 사람들에 얽힌 그립고 부끄러운 추억들로 마음이 시큰거린다. 배경이 되는 오래된 거리, 동네 베이커리, 분주한 카페, 어두운 교회당, 좋아하는 옷 가게, 친구들과 만났던 미술관의 로비, 그리고 분수대가 있는 공원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제멋대로 재생된다. “언제쯤 다시 갈 수 있을까?” 애처로운 마음을 담아 물으니, “아마 내년쯤?” 친구가 무심히 대답한다. ‘지금 그런 걸 걱정해?’ 눈빛은 그렇게 말한다.
격리 기간 중 읽은 『예술, 도시를 만나다』의 저자는 “언젠가 먼 여행을 떠나고 싶은 당신에게” 이 멋진 책을 헌정했다. 그녀는 친절한 그랜드 투어의 가이드가 되어, 독자를 피카소의 세탁선으로, 거쉰의 재즈가 울려퍼졌던 뉴욕으로, 고흐의 노란집으로 (그리고 그 외 많은 장소들로) 안내한다. 몽마르트의 카페에서 사람들이 포도주 잔을 부딪치는 소리, 프로방스의 라벤더 향기, 경쾌한 재즈 음악을 타고 사건과 사람, 건축과 미술, 음악과 무용에 대한 이야기들이 전개된다. 나는 집에 머물면서, 여러 장소와 시간들을 쉴 새 없이 점프하고 연결한다. 한동안 이 편리함과 자유로움이 독서의 진정한 매력으로 다가왔다.
나는 집을 떠나 여행을 간다는 개념을 좋아하지 않는다. 떠남-돌아옴이라는 순환적 궤도를 맴도는 여행이란 슬프고 불편하다. “집은 여행에 상반되는 개념”이라 정의한 인문학자들과 달리, 나는 집을 이고 다니는 여행을 그려본다. 내가 상상하는 이상적인 거주와 여행이 결합된 형태를 루이스 부르주아는 <여자-집Femme-Maison>(1947)이라는 작업에 담아냈다. 작품 속 그녀는 커다랗고 튼튼한 집, 그것이 가진 편의와 자신의 모든 물건들을 머리에 지고, 두 발로는 자유롭게 세상을 누빈다. 이 기괴한 그림을 조금 귀엽게 각색한다면 만화영화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 등장하는 마법의 성과 유사한 모습일 것이다. 마치 그 성처럼, 내가 꿈꾸는 집은 서울과 파리와 뉴욕 등의 장소에 동시다발적으로 연결된다. 나는 외출 전 문 앞의 다이얼을 돌려 원하는 도시를 세팅한다. 그 거리를 걷고, 친구와 차를 마시다가, 동네 슈퍼에 들러 포도주와 저녁거리를 구입한다. 내 집은 그 도시에 나와 함께 있다. 환상이 부풀어 오를 때, 조심스레 책을 덮는다.
세상이 조금 변했다. 영화 속 일들이 눈앞에 펼쳐지고, 과학과 지식의 위용이 거품처럼 뭉그러졌다. 걱정할 일은 너무나 많고, 여행과 같은 한가한 소리나 하다가는 한심스러움을 담은 눈빛을 마주하게 된다. 그래서 나는 아주 조용히 움직인다. 가벼운 플랫 슈즈와 부드러운 캐시미어 카디건을 구비해 두고, 꽃이 수놓인 캔버스 백에 신화와 미술에 관한 책을 넣어둔다. 언젠가 저 문이 다시 열리면, 좋아하는 도시를 거닐다가 마음에 드는 카페테라스에서 진한 커피를 마시고, 미술관 로비 분수대에 앉아 슈베르트의 4중주를 들으며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비록 나는 이곳에 가만히 있지만 독서와 상상을 연료로 나의 집은 부지런히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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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이정연 미술비평가로서 저술과 강의 및 전시 활동을 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사라진 그림들의 인터뷰』, 『그라피티와 거리미술』, 『얼굴은 예술이 된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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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도시를 만나다』는? 예술가는 자신이 태어나고 자라온 지역과 교감하며 작품 세계를 만들어 간다. 많은 예술 작품은 그 예술가의 주변 환경, 좀 더 넓게 그가 살아간 도시와 국가의 광범위한 영향을 받아 탄생했다. 노르웨이의 강렬한 노을 없이는 뭉크의 <절규>가 만들어질 수 없었을 것이고, 독일의 울창한 숲은 슈베르트의 많은 리트에서 시냇물 흐르는 소리와 숲속의 방랑으로 형상화되었다. 이런 이유로 인해 인문 지리적인 특성과 예술 작품, 또 예술가 사이의 관련성을 탐구하는 일은 예술과 역사 사이의 관련성을 좇는 것 못지않게 의미 있는 작업이고, 이것이 『예술, 도시를 만나다』의 주된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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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연 선생님, 요즘 뭐하세요?
결코 쉽지 않은 현대미술을 동시대의 시각으로 바라본 개론서 『Art in the Making』을 번역 중입니다. 예술 전문서에서 흔히 쓰이는 방식인 주제나 시기별로 미술을 구분하지 않고, 재료와 방법론을 중심으로 현대미술을 풀어 쓴 책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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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래픽 디자인의 세계와 디자이너의 일을 알려 주는 단 한 권의 안내서
- 출간 즉시 아마존 예술 분야 베스트에 오른 황홀할 정도로 아름다운 그래픽 디자인!
- 웨스 앤더슨, 스티븐 스필버그 등 거장이 사랑하는 뛰어난 아티스트의 아트북! -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프렌치 디스패치》의 그래픽 디자이너! - 《기생충》 이하준 미술감독이 극찬한 바로 그 책!
영화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그래픽 소품은 순식간에 스쳐 지나가지만 가끔은 이야기를 촉발시키는 중요한 상징물이 된다. 그리고 때로는 영화 자체를 상징한다. 이를테면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멘들스 박스처럼! 이 박스를 만든 애니 앳킨스는 웨스 앤더슨을 비롯하여 스티븐 스필버그, 토드 헤인즈 등 거장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영화 그래픽 아티스트다. 이 책은 멘들스 박스를 비롯하여 애니 앳킨스가 제작한 각종 그래픽 소품과 여기에 얽힌 흥미진진한 비하인드, 그리고 영화 그래픽 디자인의 세계를 생생하게 담고 있다. 지금껏 어디에서도 공개된 적이 없는 놀라운 이야기다. 그녀가 작업한 170여 점의 그래픽 디자인 소품은 독자의 눈과 마음을 빼앗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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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후기 (담당 편집자 honeypie)
언젠가부터 책을 고르는 기준이 바뀌었다. ‘책을 쓴 사람이 얼마나 매력적인가?’ (어디까지나 독자로서의 기준이다.) 물론 어떤 책들은 예외다. 『수학의 정석』이나 『해커스 토익』을 고를 때 누가 저자의 매력에 신경 쓰겠는가! 그 외의 책들은 다르다. 책 한 권을 더 읽고 덜 읽고는 독자의 삶에 거의 아무런 영향이 없다. 그럼에도 시간과 돈과 힘을 쪼개어 책을 펼칠 때는 어떤 기대가 존재한다. 매력적인 저자가 나를 다른 세계로 이끌어 주길! 반대의 경우도 있지만 애초에 책은 읽히지 않는 이상 죽은 운명이다. 이러한 점에서 『애니 앳킨스 컬렉션』은 어마어마한 매력을 가진 저자가 만든 더욱 어마어마한 책이라고 하겠다. 황홀할 정도로 아름다운 영화 그래픽 소품과 그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저자의 솜씨는 특출하다. 솔직하고, 군더더기 없고, 정확하고, 유머러스한 이 책은 첫 번째 저술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다. 영화에서 ‘편지’, ‘상자’, ‘신문’ 같은 그래픽 소품들은 찰나에 스쳐 지나가지만 이 책이 있어 우리는 오래도록 기억에 담을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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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읽으면 좋은 책 - 예술 이상의 책, 아트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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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3D 장편 애니메이션 〈레드슈즈〉 아트북 봉준호 감독의 여섯 번째 장편 〈옥자〉 공식 아트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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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아레터에서 편집자가 애타게 찾았던 만화 작품을 기억하시나요? 이보배 작가의 작품으로 추정한다, 미래 세계가 배경인 디스토피아를 다룬 작품이다, <보물섬>에서 연재되었다 등의 몇 가지 단서를 설명했는데요. 글을 쓰고 나서 열심히 찾은 결과, 이보배 작가의 작품이 맞았습니다. 제목은 <이블자블 대소동>! 아쉽게도 이미지는 찾을 수 없었지만 작가는 숱한 명작을 남겼으니까요. (2011년에 작고하셨습니다.) 그리고 편집자의 간절한 소망에 단번에 답을 알려 주신 소중한 시아레터 독자분도 계셨답니다. 만화를 찾은 것보다 더욱 기뻤어요.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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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사 출판사 sialetter@sigongsa.com 서울시 서초구 사임당로 82 시공사 단행본사업본부 예술교양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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