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 도난의 이면을 들여다보다"
넷플릭스나 왓챠, 그리고 일본 드라마 전문 채널 등을 보면 수사물이 참 많다. 하지만 어떤 면에서 수사물의 내용은 뻔하다. 수수께끼 같은 사건이 연달아 발생하지만 집요한 수사와 추적 끝에 사건은 해결되고 범인은 법의 처벌을 받는다는 것이다. 수사물은 세상사가 실은 그리 명료하지 않으며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와 잡히지 않은 범죄자가 아주 많다는 걸 잠깐이나마 잊게 해 준다. 미술품 도난에 대한 수사 기록을 봐도 일이 돌아가는 모양새는 결코 말끔하지 않다. 미술품 도난 사건은 전 세계에서 끊임없이 일어난다. 인터폴은 연간 40-60억 달러가 도난 미술품을 둘러싸고 움직이고 있다고 추정한다. 도난 미술품의 회수율은 겨우 10퍼센트 정도다. 그런데도 도난 미술품은 얼마 지나지 않아 돌아온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이는 유명 미술품은 회수율이 훨씬 높기 때문이다. 일단 너무 유명한 미술품은 팔아 치우기 어렵다. 1911년에 루브르 미술관에서 <모나리자>가 도난당한 사건은 미술품을 관리하고 도난 미술품을 추적하는 체계가 얼마나 허술한지를 보여 주는 사건이었지만, 우여곡절 끝에 1914년에 <모나리자>가 복귀하면서 해피엔딩을 맞았다. 이 사건에서도 범인은 세상 모두가 아는 이 작품을 팔 길이 없어서 어찌할 줄 모르다가 끝내 우피치 미술관에 팔려는 황당한 시도를 하다가 붙잡혔다. 대부분의 도난 미술품이 돌아오지 못하는 건 해당 미술품이 비교적 값이 싼 개인 소장품이라서 경찰력이 충분히 투입되지 않기 때문이다. 사상자도 없고 실적에도 도움되지 않는 이런 사건에 경찰은 신경을 쓰지 않는다. 결국 문제는 행정력의 가용 자원을 얼마나 집중할 수 있느냐다. 애초에 미술품 도난 사건이 대부분 개인의 주택이나 시골의 교회, 지방 도시의 작은 미술관이나 갤러리에서 벌어지는 것도, 이런 곳들이 경비원이나 보안 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사라진 그림들의 인터뷰』(원제는 ‘HOT ART’)은 캐나다의 기자이자 출판 편집인인 조슈아 넬먼이 미술품 도난에 대해 쓴 책이다. 넬먼은 2003년부터 2011년까지 미술품을 훔쳤던 사람, 도난 미술품을 추적하는 수사관, 도난 미술품의 유통에 개입한 딜러와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미술품 도난의 세계를 입체적으로 보여 준다. 넬먼에 따르면 미술품 범죄 조직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흔히 묘사되는 것보다 더 지능적이고 체계적으로 움직인다. 암시장에서 거래되는 미술품의 규모는 해가 갈수록 불어나는데, 미술품이 유통 세계 자체가 은밀하고 종종 부정직하게 움직이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도 도난 미술품을 집요하게 추적하는 수사관이나, 도난 미술품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사람들은 시장 질서의 수호신인 셈이다. 문학과 영화에서 미술품 도둑은 낭만적인 존재로 묘사된다. 영화 <토마스 크라운 어페어>(1999)에서 돈 많은 남자 주인공은 심심풀이로 미술관에서 모네의 작품을 훔친다. <브이 포 벤데타>(2006)에서는 테러리스트가 자신의 ‘비밀 갤러리’에 전 세계의 명작을 채워 놓는다. 이들은 현실 속의 미술품 도둑과 전혀 다르다. 한데 미술품 도난은 작품이 자취를 감추는 것도 문제지만 훔치고 강탈하고 숨기는 과정에서 전문 지식이 없는 범인이 작품을 돌이킬 수 없을 지경으로 훼손하는 게 더 큰 문제다. 이 책에서처럼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적인 문제 속에서 미술품이 겪는 수난들을 살피다 보면, 차라리 영화에서처럼 우아하고 주의 깊은 도둑들이 미술품을 다루어 주었으면 싶을 지경이다. 유명한 작품이지만 도난당한 뒤에 아직 돌아오지 못한 경우도 있다. 1990년 3월 18일 보스턴의 이저벨라 스튜어트 가드너 미술관에서 페르메이르의 <세 사람의 합주>(1664-1666)가 도난당했다. 가뜩이나 페르메이르의 작품은 오늘날 전 세계에 서른 점 남짓밖에 남아 있지 않아서 하나하나가 귀중하다. <세 사람의 합주>는 모습을 감춘 지 3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행방이 묘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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